김세화 교수님과 떠나는 오사카 & 교토 여행(2) 교토 편
여행 둘째 날 6일 아침.
새벽같이 일어난 지은이와 저는 교수님을 만나기 위해 곧장 교토(Kyoto)로 향했습니다.
오사카에서 기차로 1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교토는 인구 150만의 작고 한적한 도시입니다.
1868년 메이시유신 때 수도를 도쿄로 이전하기 전까지 1,000여년 간 일본의 수도였던 만큼
‘천년고도(千年古都)’의 역사가 살아 숨쉬는 아름다운 도시이기도 합니다.
오사카와는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곳이죠.
(미술관 매표소)
교토역에서 교수님을 만난 저희는 곧바로 미술관으로 향했어요.
그곳에선 일본의 주요 미술학파 중 하나인 ‘린파(Rinpa) 400주년 기념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어요.
일본 전역에 퍼져있던 린파 학파의 그림을 한 데 모은 것인데요,
우리에게는 조금 생소한 학파이지만, 일본 내에서는 매우 유명한 학파인 만큼 현지인들의 관심이 대단했어요.
미술관 안팎으로 빼곡히 줄 서 있는 사람들 보이시나요?
미술관 개장 시간 전에 도착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전시를 보기 위해 몰려든 수많은 사람들로 인해 저희도 1시간 정도를 기다려야 했어요.
여기서 잠깐 린파에 대해 설명해드릴게요.
린파는 17~18세기 일본의 야마토에 전통에 중국의 수묵화 기법을 조화시켜 형성된 에도시대의 독창적 장식화파입니다.
17세기 교토에 살던 호아미 가쓰(本阿弥 光悦)와 타와라야 쏘타쓰(俵屋 宗達)가 창시했으나,
50년쯤 후 오가타 코린(尾形光琳)에 의해 학파의 정체성이 확립됐어요.
그래서 코린(Korin)의 이름에서 ‘린(Rin)’을 따서 ‘린파’라고 부르게 된 거죠.
이렇게 말하면 어렵기만 하고 재미없죠? 그래서 일본인들이 ‘린파’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작품을 하나 보여드리려 해요.
짜쟌. 여러분이 오사카에 가면 꼭 한 번쯤 들르는 도톤보리 글리코 아저씨에요.
자세히 보시면 아저씨 옆에 도깨비 그림이 하나 있는데, 보이시나요?
이 그림이 바로 린파의 가장 유명한 그림 중 하나에요.
바람의 신을 그린 그림인데, 전시회에 가면 이 그림의 원본과 함께 원본을 모방한 그림 두 편을 볼 수 있어요.
이건 린파가 집안 대대로 혹은 스승에게서 어떤 기법을 전수 받아 이어온 것이 아니라
후대 사람들이 앞선 사람들의 그림을 모방하며 전수됐기 때문이죠.
시대가 다른 사람들이 제각기 서로의 그림을 베끼며 이어져 온 만큼
특정 그림이 시대를 달리하면서 어떻게 변했는가를 보는 재미가 있었어요.
전시된 그림이 워낙 많아서 그림을 보고 나오니 벌써 점심시간이 다 됐더군요.
아침도 못 먹고 곧장 미술관으로 향했던 터라 저희는 허기진 배를 달래기 위해 교수님이 추천한 맛집으로 향했습니다.
쫀득한 식빵과 입안 가득 퍼지는 계란 향이 일품이었던 에그샌드위치와
햄치 샌드위치, 카레 정식을 시켰어요.
교토 대학 앞 식당이라 가격대도 적당했어요!
배를 든든하게 채우고 난 후 산책도 할 겸 은각사로 향했습니다.
은각사는 3면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데요,
저희가 갔을 때는 단풍이 절정에 달해 정말 아름다웠어요.
사진만 보고 ‘저게 왜 은각사야?’ 하시는 분들 있으시죠?
원래는 저 건물을 은으로 도배하려 했는데 공사 중 자금이 부족해 계획대로 하지 못했대요.
단풍에 휩싸인 은각사의 모습이에요.
은각사에서 단풍을 한껏 만끽한 후 곧바로 이어지는 ‘철학자의 길’을 걸었어요.
이날은 날씨가 좋아서 저희 모두 가벼운 발걸음으로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며 걸었죠.
걸었더니 금방 또 저녁 먹을 시간이 됐네요.
이번에도 교수님께서 강력 추천하신 맛집으로 향했어요.
교토에서 가장 유명한 우동 집 중 하나인데,
우동 면을 직접 뽑는다고 해요.
여기 면은 우리가 한국에서 주로 먹던 탱탱한 면발과는 달리 부들부들한 게 특징이에요.
배가 불러 터질 것 같았지만 교수님께서 교토에서 이건 꼭 먹고 가야 한다며 추천해주신 ‘타코야끼 집’.
타코야끼가 다 거기서 거기지. 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입니다.
정.말. 맛.있.어.요!!
나중에 교토에 가실 일이 생긴다면 이 집은 꼭 가보시길~!
한 손에 타코야끼를 들고 한적한 교토의 거리를 하염없이 걷기 시작했어요.
강가를 꼭 걸어봐야 한다는 교수님의 말에 강가도 걷고,
교토의 ‘불금’을 느낄 수 있는 어느 작은 골목도 걸었죠.
걷고 걷고 걷다가 시내로 나와 어느 쇼핑센터 쪽으로 갔어요.
교토의 옛 거리를 변형시켜 놓은 곳이었는데 교토의 명물이라 할 수 있는 절임 식품들을 파는 전통식당들이 줄지어 있었어요.
교토에서 마지막으로 향한 곳은 ‘마루젠 서점’이에요.
교토에서 가장 큰 서점 중 하나죠.
출판사에서 근무하는 지은이를 위해 교수님이 마련한 작은 이벤트라 할 수 있죠.
p.s. 교수님과 지은이 이렇게 세 사람이 만난 지 어언 7년이 다 돼 갑니다.
사실 교수님과 이렇게 오랫동안 인연을 이어갈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어요.
저와 지은이는 그다지 눈에 띄는 학생이 아니었거든요.
그런 저희를 교수님께서 매번 따뜻하게 감싸주시며 여러 차례 기회를 주셨죠.
저는 졸업 논문도 교수님께서 지도해주셨어요.
기자가 되기 전 힘들어 할 때도, 기자가 되고 난 후 번뇌에 휩싸일 때도 매번 곁을 지켜주신 교수님 덕분에
이렇게 계속 성장하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 자리를 빌려 교수님께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네요.
여러분도 스크랜튼에서 교수님과 좋은 인연 만들어가시길 바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