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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4 『디지털타임스』 단독-유성진 '유권자들이 던진 준엄한 메시지 세가지'

  • 분류 : 스크랜튼학부 자유전공
  • 작성일 : 2016-07-08
  • 조회수 : 2028
  • 작성자 : Scranton

단독-유성진 "유권자들이 던진 준엄한 메시지 세가지"


입력: 2016-04-14 18:05
[2016년 04월 15일자 22면 기사]


유성진교수님

유성진 이화여대 스크랜튼학부 교수 


  일여다야(一與多野) 구도로 새누리당의 완승이 점쳐졌던 20대 총선은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새누리당의 완패와 야권의 약진으로 귀결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수도권에서의 압승에 힘입어 일약 원내 1당의 위치에 올랐고, 국민의당은 호남 유권자들의 압도적 지지와 정당투표 결과로 영향력 있는 제3당으로 입지를 공고히 했다. 애초의 예상과 크게 다른 20대 총선의 결과에 정당들은 저마다의 해석을 내리겠지만 유권자들이 정치권에 던지는 메시지는 비교적 분명하다.

  첫째, 유권자들의 폭넓은 지지 없는 일방적인 국정운영은 결국 해당 정당에 독이 된다는 점이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의 각축으로 반사이익을 볼 것으로 기대되었던 새누리당은 수도권에서 거의 전멸에 가까운 패배를 보이면서 원내 1당의 자리를 내주었다. 출범 이후 일방적인 국정운영 속에 다양한 현안에 있어서 국민이 납득할 만한 책임정치를 보여주지 못한 현 정부, 그리고 공천파동 등에서 보여지듯이 사안에 따라 수동적으로 끌려다니며 주체적인 국정파트너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새누리당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만이 결정적인 요인이었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둘째, 이번 선거의 결과는 정당을 중심으로 한 지역주의의 영향력은 여전히 남아있지만 자격을 갖춘 인물로 충분히 극복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대구의 김부겸 후보, 호남의 이정현 후보는 지역주의를 극복한 상징적인 인물이 되었으며, 부산·경남지역에서는 공고하게 이어져 온 지역주의가 깨어지고 있는 모습이 나타났다. 이번 선거에서 지역주의를 극복하고 승리한 후보들은 대부분 해당 지역에 뿌리를 두고 지지기반을 확장하기 위해 끈기를 갖고 오랫동안 노력해 온 인물들이었다. 이러한 사실은 지역주의의 영향력은 생각보다 제한적이며 유권자들의 불만과 진정성 있는 인물이라는 조건 속에서 언제든 극복될 수 있음을 알려준다.

  마지막으로 이번 선거의 결과는 극도의 정치불신 속에서도 유권자들은 여전히 정치의 변화가 다른 무엇보다 중요함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당의 약진은 유권자들이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두 양대 정당에 대해 갖는 실망과 질책의 또다른 표현이며, 산적한 다양한 현안들의 해결을 위해 책임 있는 정당정치의 복원을 요구하는 국민들의 목소리이다. 투표율에 대한 자세한 자료가 나와야 정확히 알겠지만 이번 총선에서 확인된 2040세대의 적극적인 투표참여는 이를 방증하며, 이는 우리의 유권자들이 스스로의 역할을 정확히 자각하고 있음을 알려준다.

  흔히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라 한다. 이는 민주주의의 시작이 공동체를 구성하는 유권자들의 목소리로부터 출발한다는 점을 의미하는 것이다. 개개의 유권자들은 정치환경과 사안에 따라 상이한 목소리를 갖고 있지만 전체 유권자들의 요구는 민주주의를 이끌어가는 원동력이 된다. 민주주의에서 정당은 유권자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읽어내고 이를 정책으로 구현해내는 역할을 부여받고 있다. 정당이 스스로의 역할을 등한시하고 유권자들로부터 멀어질 때 처벌과 심판을 받게 됨은 당연한 귀결이며, 이번 20대 총선의 결과는 이렇듯 자명한 사실을 다시금 확인시켜 주었다. 결국 이번 선거의 결과로 정치권의 변화는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참패를 맞이한 새누리당은 뼈를 깎는 반성을 통해 책임 있는 정당으로서 다시 태어날 것을 요구받게 되었으며, 기대를 넘어선 성과를 거둔 더불어민주당은 유권자들이 던진 메시지에 충실히 답변해야 하는 사명을 부여받았다. 양당체제에 대한 도전 속에서 역할을 부여받게 된 국민의당 역시 '새로운 정치'의 구현을 위해 유권자들의 목소리를 더욱 귀를 기울여야 한다. 혹시라도 저마다의 역할을 등한시하는 정당이 있다면 유권자들은 다시한번 채찍을 들게 될 것이다.

  유권자들은 바보가 아니다. 정치권이 유권자들의 메시지를 가슴 속에 되새기고 책임 있는 정치를 위해 머리를 맞대기를 기대해 본다.

                                                                                                                                                                                                                                                                                                                                                                                                                          유성진 이화여대 스크랜튼학부 교수